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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련화
雲戀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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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을 말살하라.
그리 하거든 인간에게는 부귀영화를,
현신에게는 믿음을 약속하겠노라.
나라의 안팎으로 혼란이 들끓고 소란이 그치지 않으며 길거리에는 웃음소리보다 곡소리가 만연해진 지 어느덧 수 해. 현신이 사람들의 반응에 공명하여 비를 내렸음에도 땅이 갈라지고, 산짐승들이 제 있을 곳을 벗어나 인간의 터전을 침범하기 시작하니 각종 이변이 일어나는 행태가 설화로만 내려오는 오랜 옛날의 상황과 꼭 같았다. 근원지를 알 수 없으나 하늘 곳곳에서 적운(赤雲)을 보았다는 목격담까지 나돌고 각종 불길한 소문이 난무하니, 많은 이들이 망조가 들었음을 예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금년, 황제가 세상의 혼란함을 잠재우고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변을 조사하기 위해 신생 기관의 창설을 명하고 운련화雲戀花 라 명명했다.
운련화에는 황실 소속의 타 기구들과는 달리 특이한 점이 두 가지 있었는데, 첫째, 신분을 막론하고 ‘예해를 가진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며, 둘째, ‘현신'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호기심을 갖는 이들도, 혹은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대거 있었으나 큰 소란은 없었다. 공기 중에 패운이 감돌고 곳곳에서 망징이 나타나니 결국 황명은 기울어져 가는 정세를 원복하고 결을 맺기 위한 초석이요, 어느 누가 감히 반발하겠는가.
하여 방에서 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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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해’의 주인임이 증명된 인간에게는 상서 라는 관직을 내림으로써 태생을 뛰어넘는 신분 상승, 예정된 부와 명예를 약속했다. 다만 지원자들이 실로 예해의 주인임을 감별하기 위한 과정이 있었는데, 지원자의 예해를 수거하여 하루 동안 보관해놓고 이후 주인에게 귀소하여 예해가 사라진 지원자만이 상서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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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신은 백성들의 바람과 믿음, 치성으로 만들어진 제도 밖의 존재로, 인간의 신분에 귀속되어 있지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존재의 유지와 인간의 믿음이었으므로 황제는 백성들을 대상으로 내건 보상 대신, 믿는 이가 사라져 언제 주해로 돌아갈지 알 수 없는 현신들에게 새로운 신도를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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